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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춘추 기사]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를 만나다 -건축가부터 교수, 작가, 인기 유튜버까지
    • 작성일2024/06/03 16:48
    • 조회 4,084
    건축가부터 교수, 작가, 유튜버까지
     
    오는 5일(수),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명사 초빙 특강이 위당관에서 열린다. 해당 특강을 강연하는 유현준 교수의 직함은 다양하다.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공간이 만드는 공간』을 쓴 작가,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을 운영하는 유튜버. 건축부터 책 집필까지, '팔방미인' 유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공부·경험을 통해
    그만의 '관계'를 디자인하다
     
    유현준 교수 (사진제공 유현준건축사사무소)

     

    Q. 건축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암기가 싫어서 이과를 택했다. 그렇다고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에 쫓겨 문제를 푸는 게 적성에 안 맞았다. 오히려 미술이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와 지구과학도 좋아했다. 선호하는 과목들을 생각해 보니 건축학과가 제일 잘 맞을 듯싶었다. 우연히 선택했는데 내게 잘 맞았다.
     
    Q. 우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와 MIT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건축가 활동에 영향을 준 학·석사 시절의 경험이 있다면.
    A. 교수님보다 동료 학생들에게 더 많이 배웠다. 학생들은 같은 문제를 풀었지만, 설계하는 방식은 다 달랐다. 다양하게 전개하는 각자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
    학생 시절 여행을 다닌 것도 건축가 활동에 좋은 영향을 줬다. 지역마다 기후와 역사는 달라도 건축의 목표는 같다. 중력을 이겨내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건축 자재와 당대의 기술적 한계를 갖고 실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목표와 다른 배경 아래에서 건축가들이 어떤 해답을 내렸는지를 보며 배우는 바가 있다.
     
    Q.긴 시간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생긴 본인의 철학이 있다면.
    A. 공간이 결국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계는 여러 규모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부터 가구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건물에 발코니를 많이 만들어 건물과 도시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유현준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에 있는 '아페르 한강' 프로젝트가 그렇다. 건물 내부에서는 방과 방 사이의 창문을 만들어 사람 간의 관계를 설정할 수도 있다.
     
    Q. 공간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그런 시각을 갖는 데 필요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다면.
    A.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 가지인 것 같다. 많은 공간을 경험했다는 점과 그 공간들을 분석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공간을 경험할 때 '왜 이런 기분이 들지'를 항상 생각한다. 경험한 것의 원리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이것이 몇십 년 동안 누적되면서 '어떤 거리는 왜 걷고 싶은 느낌이 드나', '현대 도시는 왜 아름답지 않나'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각이 만들어졌다.
     
    Q. 인문학적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건축과 인문학은 어떤 관계에 있나.
    A. 건축은 세울 건(建)에 쌓을 축(築)을 쓴다. 즉, 건축은 뭔가를 세우고 쌓는 것이다. 예컨대 한옥을 보면 축대 위 주춧돌을 쌓고 기둥을 세워 다시 기왓장을 쌓는다. 다만 세우고 쌓는 것의 목적은 실내에 공간을 만들고, 결국 사람들이 쓰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궁극적으로 건축은 사람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어떤 경험이나 생각을 하는지 살피게 된다. 이를 보고 주변에서는 내 설계가 인문학적이라고 얘기한다. 내가 꼭 인문학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지 사람을 생각하면서 설계했을 뿐이다.
     
    건축가 유현준을 넘어
    유튜버 '셜록현준'까지
     
    Q. 건축가, 교수로서 일할 뿐만 아니라 저서를 여러 권 집필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사실은 일이 없어서다.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로 취임한 이유는 겸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홍익대는 외부에서 설계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게 허락해 줬다. 그런데 막상 설계 사무소를 열고 보니, 일자리가 거의 없었다. 공모전에 나가도 매번 떨어졌다.
    한참 일거리가 없을 때, 한 신문사에서 칼럼을 쓰면 원고료를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4주에 한 번 칼럼을 썼는데, 그 칼럼을 계기로 『매일경제』에서 고정 칼럼을 쓰게 됐다. 또 그 칼럼을 보고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까지 발간했다. 그 책을 보고 방송국 PD가 강연을 부탁했다. 그 강연을 계기로 예능 섭외까지 들어왔다. 그렇게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에도 출연하게 됐다.
     
    Q.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A. 예능에 출연하는 동안 칼자루는 PD가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해 봤자 PD가 편집하면 그만이다(웃음). 그래서 내 'ID'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런 과정 중에 설계 사무소가 알려지면서 일거리도 많이 생겼다. 그간 발간한 책에 공감한 분들이 찾아와 실제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졌다.
     
    Q. 유튜브 채널 이름을 '셜록현준'이라고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
    A. 『알쓸신잡2』의 첫 회차에서 안동의 고택을 보고 집주인의 재력이나 권력을 유추한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장동선 박사가 셜록 홈스같이 추리를 잘한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셜록현준'이라는 자막이 달렸는데, 유튜브를 하면 그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Q. '통일 이후 북한의 도시 모습 예상하기'처럼 참신한 주제의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콘텐츠를 떠올리는 원천이 있다면.
    A.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없지만, 평소에 떠오르는 것 중에서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것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콘텐츠는 공간이라는 공통분모 아래의 흥미로운 소재를 모두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 건축부터 자취방 가구 배치 등 다양한 부분을 소재로 삼았다.
     
    Q. 대학교 캠퍼스 투어 영상에서 좋은 캠퍼스의 기준을 다루기도 했다. 미래에 주목받을 좋은 캠퍼스의 기준이 있다면.
    A. 과거의 대학은 지식을 배우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으로도 지식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오히려 요즘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류'에 있다. 대학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똑같은 숙제를 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지식을 배운다고 해도, 캠퍼스라는 공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러한 기능은 앞으로도 더 중요해질 것이며, 공통의 추억을 만드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개발함으로써 강화될 수 있다. 연고전이나 축제가 좋은 사례다. 중앙도서관부터 학생회관까지 가는 길에 있는 잔디 광장이나 식당 앞 테라스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우연히 만났지만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A. 건축가로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해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화목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교수에게 건축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건축가로 활동하는 데서 나아가, 그 철학을 대중에게도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작업물이 다른 사람의 행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최혜정 기자
    culture_shock@yonsei.ac.kr
     
     
    (출처: 연세대학교 공식언론사 연세춘추 <문화 11면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를 만나다 -건축가부터 교수, 작가, 인기 유튜버까지'>)